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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만만해지는 책 - 브라이언 W.커니핸

published
2021/08/16
pinned
subtitle
숫자에 휘둘리지 않고 정확히 판단하는 법
장르
교양
author
브라이언 W.커니핸
이미지 출처: yes24
대학 때 인지심리학 강의가 있었는데 '휴리스틱(heuristics)' 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시간이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제식대로 추론하는 것을 말한다. 생각의 지름길이라는 말과 함께 쓰이는데, 다시 말하면 오래 걸려서 생각하기 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어림짐작하는 것을 '휴리스틱'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기사나 책을 읽을 때 복잡한 숫자, 계산이 나오면 바로 어림 짐작하거나 휘리릭 넘겨버리곤 했다. 믿을만한 출처에서 말하는 것이니 맞겠거니하고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수학의 쓸모,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환경단체, 매스컴, 전문의 등 믿을 만한 출처 역시 큰 수 앞에서 실수하거나 의도적으로 숫자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보여지는 숫자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된다.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려면 휴리스틱하게 생각해서는 안되고 숫자와 단위가 이치에 맞는지 생각해봐야한다. 이 책은 일상에서 큰 수에 대해 감을 잡는 법, 잘못된 단위를 바로 잡는법, 통계에 속지않는 법을 알려준다.
나는 단순히 복잡한 숫자를 만났을 때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 책을 샀는데, 생각보다 쉽고 재밌었다. 그리고 단위에 대해 신기한 법칙과 사실들을 알려주는 유익한 책이었다. 나처럼 큰 수만 나오면 없는 셈 치고 넘어가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책이다.
아래에는 숫만책에 나오는 몇 가지 신기한 법칙, 단위, 그리고 예시들을 적어보았다. 한국인은 정말 1년에 33억 개의 플라스틱을 사용할까? 그리고 왜 내 주변에는 확진자가 없을까?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도 해본다.

나를 지켜내는 도구들

1.
단위
단위표 (이미지)
단위 근사값
1미터 \doteqdot 1야드
1킬로그램 \doteqdot 2파운드
1리터 \doteqdot 1쿼트
섭씨 1도 \doteqdot 화씨 2도
정확한 단위도 알아두면 좋다. 무늬만 그럴듯한 숫자들specious numbers을 자세히 보면 그저 깔끔한 어림수를 단위 환산하여 복잡하게 보이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마케팅이나 통계에서 사람을 현혹시키려면 깔끔한 수도 단위를 변경해 그럴듯한 숫자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높은 봉우리를 말할 때 해발 1만 3,123피트라고 한다면 이는 4,000미터를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해발고도를 미터법으로 표시하고 미국에서는 야드파운드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기사에서는 미국의 독자를 위해 이런 식으로 야드파운드 단위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복잡한 수가 보이면 단위를 환산해보면 좋다.
2.
법칙
리틀의 법칙
어떤 과정을 거치는 사물의 개수, 그 과정에 도착하는 속도, 그 과정을 통과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각 수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예를 들어 정원이 1,000명인 대학교가 있을 때 낙제와 전학을 무시하면 모든 학년의 학생 수는 250명일 것이다.
리틀의 법칙은 학년당 250명 * 4년 = 1,000명과 같이 세 개의 수로 구성된 등식으로 표시된다. 리틀의 법칙을 이용하여 매일 00명이 은퇴를 한다, 1초마다 한번 씩 00의 사람들이 -때문에 죽는다 등의 사실들을 검증해볼 수 있다.
3.
추론에 도움이 되는 상수값들
어림 계산 시 다른 추정치를 검증할 때 도움이 되는 상수값들이 몇 가지 등장한다.
우주의 나이는 약 140억 년.
달까지의 거리는 24만 마일, 또는 38만 킬로미터
태양까지의 거리는 9,300마일 또는 1억 5천만 킬로미터
광속은 초속 18만 6천마일 또는 30만 킬로미터
음속은 초속 1,120피트 또는 340미터
물의 밀도는 1세제곱피트당 60파운드
철의 밀도는 1세제곱피트당 약 450파운드
4.
개인으로 환산하기
큰 수에 대한 감이 안올 때는 큰 단위의 수를 1인 당 수로 환산해 개인의 일상에 대입해보면 좋다. 재미를 위해 큰 숫자와 비유가 많이 사용된 동아사이언스의 환경 기사를 활용해봤다.
한국에서 1년간 쓰는 플라스틱 컵의 수는 33억 개이다.
한국인 전체 인구를 5천만 명이라고 해보자. 2021년 7월 기준 행정안정부 통계치에 따르면 전체 한국인은 약 5,100만명이고 그 중에서 주체적으로 플라스틱을 소비할 것 같지 않은 0~9세를 제외한 인구는 약 4,800만명이다. 한국인이 1년 간 약 33억개를 소비한다고 했으니 33억 / 4천 8백만, 즉 한국인 1인당 1년 소비량은 약 69개이다.
이를 365로 나누면 한국인은 하루에 플라스틱 컵을 약 0.2개를 사용한다. 5일에 하나씩 소비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나같은 경우는 카페를 잘 가지 않아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우이다. 하지만 내 주변을 살펴보면 커피 마니아들이 간혹 있어서 쓰지 않는 아웃라이어와 많이 쓰는 아웃라이어들이 상쇄되어 이 같은 값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주변을 보면 조금 더 수치가 많이 나와야할 것 같긴 하지만.. 내 주변과 일상에 대입해보면 한국인이 1년간 쓰는 플라스틱 컵의 수가 33억 개라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큰 수에서 개인에게 대입할만 한 수로 환산해보면 아무리 큰 수라도 어떤 규모인지 감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추가로 덧붙이면 내가 계산한 약 69개라는 수치는 기사의 한국인 1명이 1년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 65개를 사용한다는 대목과 비슷하다. 단, 기사에서 처음에 한국인이 '약' 33억개의 플라스틱을 소비한다고 했으니 유효숫자의 범위를 감안해 '65개'가 아니라 '약 65개'라고 정정해야한다. 만약 내가 0~9세 인구를 제외하지 않고 5100만명으로 계산했다면 약 65개로 기사의 추정치와 일치한다.)
+ 왜 내 주변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없을까?
미용실 쌤과 코로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확진자가 2천명이나 됐다는데 왜 내 주변에는 확진자가 없을까?'라는 주제가 나왔다. 그때는 그냥 궁금증으로 남겨두었지만 나는 입사동기와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숫만책에서 배워본 대로 한국에서 확진자가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따져보게 되었다.
한국인은 약 5100만 명이고 위키백과에 따르면 21년 8월 21일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는 약 23.5만 명이다. 5100만 명 중 23.5만 명은 약 0.5%도 안된다. 개인으로 따지면 내 주위 100명 중에 한 명도 걸릴까 말까이다. 코로나가 발생한지 거의 1년 6개월이 다되가는데 그 사이 2백명 정도는 만나봤어야 주위에 확진자 한 명은 존재할 것이다.
'왜 내 주변에는 확진자가 없을까'에 대한 결론을 내리자면, 그것은 내가 아싸이기 때문이다. 물론 1년 6개월 동안 2백 명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접촉했겠지만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거나 밥을 먹을 정도의 아는 사람으로 한정한다면 그보다 훨씬 적게 접촉했을 것이다.

간편셈

1.
2의 제곱과 10의 제곱의 관계
몇 퍼센트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2를 10승씩 제곱했을 때 10을 3승씩 제곱했을 때와 근사한 값을 갖게 된다.
210n103n2^{10 * n} \doteqdot 10^{3*n}
마크 뷰캐넌의 <사회적 원자> 책에서 나오는 '아주 얇은 두께 0.1밀리미터 종이를 25번 접으면 최종 두께가 얼마나 될까?'라는 문제를 풀어보면서 감을 익힐 수 있다. 2252^{25}10322510^{3*2} * 2^5 와 근사하다. 이를 계산하면 32,000,0000.1mm=3.2km32,000,000 * 0.1mm = 3.2km 가 된다. 참고로 2252^{25}의 정확한 값은 33,554,43233,554,432이다.
2.
복리와 72의 법칙
72의 법칙은 어떤 금액이 단위 기간당 xx퍼센트의 복리로 불어나면, 원금의 두배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배증 기간 doubling time)은 대략 72/x72/x라는 법칙이다. 예를 들어 대학 장학금이 1년에 8퍼센트씩 증가한다고 했을 때 장학금이 두배가 되려면 72/8 즉 9년이 걸린다.
3.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변화율은 다르다.
계산 시 올라간 상태 혹은 내려간 상태에서 한 번 더 변화율을 계산할 때는 처음 시작했던 수가 아니라 이전 상태에서의 수로 계산해야 한다. 책의 예시를 그대로 인용해보면,
"하버드의 기부금 조직은 전임 관리자가 있을 때는 33퍼센트 팽창했지만, 신임 관리자가 오고나서는 25퍼센트로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 뉴욕타임즈 2009년 2월 7일
기부금 조직이 75이 명이었을 때 관리자가 인원을 33퍼센트 증원하면 25명이 늘어나 100명이 된다. 그후 새로운 관리자가 부임하여 25퍼센트인 25명을 해고하면 수는 다시 75명으로 돌아온다. 기사를 보면 원래 인원에서 25퍼센트가 더 감소할 것 같은 뉘앙스지만 사실은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것과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