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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행방 - 히가시노 게이고

published
2021/12/31
pinned
subtitle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막장 연애극!
장르
소설
author
히가시노 게이고
출처: yes24

시놉시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30대 초반 여성 모모미. 직장인 미팅에서 만난 고타라는 썸남과 함께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에서 두근두근 스키장 데이트를 즐긴다. 고지대로 가기 위해 둘은 6인승 곤돌라를 타고 뒤이어 4명의 여자가 따라탄다. 그런데 고타라는 남성은 곤돌라를 탄 뒤로 말이 없다.
모모미는 의문을 뒤로 한 채 곤돌라에서 내렸다. 4명의 여자 중 한명이 고글을 벗었는데 알고보니 자신의 고등학생 동창 미유키였다. 미유키는 최근 약혼을 했다고 한다. 자랑스레 약혼남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더 섬세한 30대들의 연애

이 책은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지인이 소개해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 소설이다.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에서 벌어지는 얽히고 설킨 30대 직장인들의 연애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하나 둘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엮여가면서 복잡한 러브라인을 만들어간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30대의 연애를 생각하면 결혼을 위해 조건을 보고 서로 재는 그런 재미없는 연애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도 20대 후반이 되니 30대의 연애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재미없지 않다. 오히려 흥미진진하달까?
이 책만 봐도 그렇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여성들의 조급한 마음, 꺾일 듯 꺾이지 않는 30대 여성의 섬세한 심리, 30대에 들어서도 연애 경험이 없어 어리숙하고 센스가 부족한 남성의 모습 등. 30대의 연애는 섬세한 심리와 보이지 않는 기류, 그리고 결혼이라는 조건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상황들이 어우러져 더 재미있다.

30대 연애학개론

30대의 연애, 직장인의 연애. 20대 초반 대학생 때의 연애와 무엇이 다른가? 30대의 연애를 해본 건 아니지만 내 스몰데이터와 느낌으로 말해보겠다. 돗자리 폈으니 어여 앉아보시게나.
풋풋함. 대학생 때는 조건을 볼 게 딱히 없다. 성격, 외모, 관심사 등. 그런데 30대 직장인은 결혼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연애 경험이라는 쌓이면서 조금씩 취향이나 조건이 확고해진다. 이제는 나와 이성적으로 잘맞을 것 같은 사람, 안맞을 것 같은 사람이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그런 쀨링이 있다, 쀨링이.
성숙함. 30대의 연애는 대학생 때보다 좀 더 성숙하다. 서로를 배려하고, 사회에서 각자가 가진 위치를 존중해준다. 싸울 때는? 솔직히 싸울 때는 20대랑 별 차이 없는 듯하다. 사랑하는 사이에 굳이 체면 치레하며 속마음을 숨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표현 방법이 좀 더 어른스럽다. 화가 나도 울고 싶어도 감정을 숨기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말할 수 있는 게 30대 으른들의 연애 같다.
농익음. 연애 경험이 많아져서 관심 가는 대상에게 다가가는 게 무르익었다? 농익었다고 해야하나? 20대 때는 어설프지만 30대는 능구렁이가 담넘어가듯 자연스레 다가가는 것 같다. 한편 확신이 들지 않는 상대에겐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참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쏭달쏭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상대는 아무 생각 없이 친절을 베풀었을 뿐 혼자 좋아해서 그렇게 느끼고 있을 확률이 높다.
후후 재밌다. 솔직히 모두가 이런 건 아니니 그냥 재미로만 봐줬으면 좋겠다.

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랑하는 데는 연애보다 더 큰 용기와 배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도 공감하는 말이다.
대학생 때 짝사랑을 호되게 한 뒤부터는 나에게 관심 없는 것 같은 사람은 일찌감치 포기한다. 연애는 나에게 고백하는 사람과 바로 시작할 수 있지만, 사랑을 시작하려면 짝사랑할 때 겪었던 희망 고문, 일상생활 불가능 등 여러 부작용들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데는 연애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아는 사람이 짝사랑을 심하게 앓고 있다. 그 마음 알지. 누구나 다 짝사랑 한번 쯤은 해봤을 거니까 알 거다. 나는 좋아하고 상대방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게 너무나 뻔하게 보일 때... 포기하고 싶은데 포기가 안되는 그 마음! 근데 나는 이 친구가 부럽다. 누군가를 찐하게 짝사랑 하기에는 포기가 너무 쉬워졌기 때문이다.
마치 연골이 닳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쏟을 수 있는 사랑도 한계치가 있는 게 아닐까? 연애를 하면 할 수록 처음의 그 풋풋함, 설레임은 사라지고 익숙함, 편안함이 대신하니 말이다. 짝사랑하는 사람은 고통스럽겠지만 그 마음 자체는 정말 소중하고 예쁘다. 상대방이 알아주지 못한다 해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 경험은 좋은 것 같다.
이 책의 등장인물 모모미는 어떻게 되었을까? 썸남 고타와 함께 연인이 되어 스키장에서 돌아왔을까? 30대들의 연애의 행방이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나의 연애의 행방이 궁금하다. 행방불명일지도 모른다. 실종신고라도 해야하나? 40대 때도 없으면 그냥 AI랑 결혼할란다. 삐빕.
제 의견도 물어봐주시죠, 휴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