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와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그렇게 웹 개발자 두 명의 제주도 여행 + 해커톤이 시작되었다.
떠나자~ 둘이서~
첫째 날
고등어김치찜과 바다뷰
도착하자마자 오션뷰 식당에서 고등어 김치찜부터 조졌다.
뷰가 좋아서 그런가 고등어의 향기가 더 진하게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강남의 어느 유명 맛집에 쓰여진 문구처럼 '입 안에서 통영 앞바다가 넘실 거리는 느낌'이랄까.
눈 앞에 펼쳐진 제주도 바다~
아무튼 그렇게 뱃 속을 채우고, 바로 옆에 있던 투썸플레이스로 가서 저녁 6시부터 웹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날은 로컬에서만 개발하던 백엔드와 프론트엔드를 배포하고 예약 신청 페이지를 개발했다.
그리고 사용성을 위한 자잘한 디테일들 추가하고 그 정도?
예약 신청 페이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코딩이라니!
내가 원하는 곳, 원하는 시간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게 디지털 노마드의 낭만.
게다가 사람도 없어서 카페 층 하나를 전세 낸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니 바다는 무슨, 한 치 앞도 안 보일 만큼 야외가 모두 깜깜했다.
"사람 한 명 바다로 던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는 얘기를 하다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렇게 카페가 마감할 때까지 웹 개발을 하고...
기념으로 숙소에서 과메기, 무화과 잼과 치즈를 곁들인 호밀빵을 안주로 와인을 마셨다.
뭔 조합임? ㅎ
제주도는 여행만 와봤지, 이렇게 일을 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와인이 그렇게 달 수 없었다.
실제로 스윗한 와인이기도 했고. 후후.
하지만 술을 못해서 한 잔만 마시고 홍익인간이 되었다.
그냥 잠에 들기는 아쉬워 스팀 게임 조금만 하고 바로 잠을 청했다.
둘째 날
카멜리아 힐
제주도에서 그냥 일만 하고 가기에는 아쉬워 카멜리아 힐을 갔다.
며칠 전 폭설이 내려 동백꽃이 많이 떨어지고 시든 상태였다.
그래도 주요 포토스팟은 여전히 예뻤다.
디오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인생샷을 남겨주었다.
뒤에는 산, 앞에는 바다인 배산임수 카페..
카멜리아 힐에서 산책하며 힐링을 끝내고, 안덕면 근처에 '또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갔다.
뒤에 큰 산이 있고 앞에 바다가 쫙 펼쳐진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카페였다.
'풍수가 좋구만'하는 생각과 함께 바다가 보이는 창가 옆에서 다시 웹 개발 시작!
내가 백엔드 담당이었는데 서버 쪽 개발은 다 끝나서 프론트를 도와주었다.
(나는 백엔드, 프론트, 디자인 다 되는 올라운더 짱짱맨~이라 하고 싶지만, 유니콘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창 개발하고 있는데 디오의 한 마디.
"어, 잠깐."
정말. '어...', '아...' 소리만 들으면 일단 신경이 곤두세워진다.
'어?' 금지인 거 몰라?!
"왜?"
"근데 통화 기록만 보이고 예약 기록은 안 보이는 건 이상하지 않나?" 디오가 말했다.
초기 기획에서는 전화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페이지만 존재했다.
그런데 예약을 했는데 예약을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가 없다. 예약 페이지도 만들어서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이게 디오의 제안이었다.
디오는 스스로 생각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다.
아무 생각 없이 기획서에 나온 것만 만드는 게 아니라, UI/UX나 기획 관점에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해서라면 먼저 제안하고 디테일을 추가하기도 한다.
귀찮고 수고스러울 수도 있는 데도 UX를 먼저 생각하는 디오가 존경스럽고 대단하다.
아무튼 디오의 제안대로 피그마로 들어가 5분 만에 페이지를 만들어주었다. 사실 거의 복붙 수준, 후훗.
•
기존: 전화 기록 페이지 > 통화 요약 리스트
•
업데이트: 예약 기록 페이지 > 어르신 정보 클릭 > 전화 기록 > 통화 요약 리스트
기존에는 아래 세 페이지만 있었는데 위 두 페이지 추가함.
이렇게.
저녁 9시가 되어 푸른 바다에 먹이 칠해질 때까지 코딩을 계속 했다.
결국 카페가 마감하고 나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밥은 대충(?) 푸라닭 치킨으로 때웠다.
숙소에서는 QA를 하며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가다듬었다.
QA 15개 처리 완료!
셋째날
둘째 날 자기 전, 디오는 사용성 개선을 위해 회원가입/로그인 페이지에 enter키가 먹혀야 한다며 폼을 추가했다. 이때 QA를 한 번 더 했어야 했는데 둘 다 너무 피곤해서 그러지 못했다.
결국은 문제가 있었고, 우리 엄마가 회원가입이 안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서울로 돌아와 바로 고쳤다.
엄마 뿌듯해 하심 ㅎㅎㅋㅋ
후후후... 회원가입도 안되는 서비스라니.
당근마켓에 광고도 올렸는데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아무튼 제주도를 떠나기 전 숙소에서 여러 마케팅 방안을 떠올려 보았다.
공유를 위해 og tag들도 추가하고, 마케팅을 위해 당근 마켓에 광고도 올렸다.
과연 얼마나 신청할 지 기대된다.
안하면 어쩔 수 없고.
회고
이렇게 제대로 디지털 노마드를 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끽 해봐야 서울 한강이나 성수동 가서 코딩하는 정도였는데.
제주도까지 가서 코딩이라니.
남들 다 여행하러 오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약간 아깝다는 느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걸 끝냈을 때의 희열은 아쉬움보다 더 컸다.
여행이라는 게 뭐 별 게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쉼이 될 수도 있고 하나라도 더 보고 즐기는 게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우리처럼 놀면서 일하는 시간이 여행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여행하면 남는 게 사진 뿐이라 했던가?
우리는 사진 뿐만 아니라 웹 서비스도 남겨왔다!
이렇게 특별한 여행은 처음이었다.
공동창업자가 있다면 합숙을 같이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2박 3일 동안 꼭 붙어서 개발하면 티키타카가 잘 된다.
"여기 버그 있어.", "응, 바로 고쳐 줄게."
"이걸 추가해보면 어떨까?", "와이 낫?! 추가하자."
서로 다른 시간에 짬내서 개발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냈다는 것 자체도 큰 보람을 준다.
떠나 보자, 창업 여행~ 야호!
야호~
+ 한 마디
디오
"디자인 룰이랑 컴포넌트가 좀 정해져있었으면 더 빨리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
(이거슨 내가 피그마+디자인을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ㅠㅠ. 이래서 역시 디자이너가 필요한 듯.)
"라이브러리 같은 걸로 미리 셋업해놓으면 다음엔 더 빨리 할 수 있을 듯"
(동감! 빨리 빨리 MVP를 찍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
"firestore가 은근히 문제가 많았다. MVP용으로 빠르게 개발하는 데는 쓸 수 있지만 프로덕션에서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을 듯. 다음엔 RDS써야지."
"테스트를 빡세게 했다면 프론트쪽에서 버그를 발견하는 일이 적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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