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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 이기수

발행일
2019/04/29
Tags
스피치
교양
1. 유비는 자신의 덕을 깃발 삼아 훌륭한 인재를 불러들렸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p.29 2. 머릿속에서 사전적 의미 너머에 있는 단어의 본질을 끄집어내 밀가루 반죽처럼 주물러서 그것을 딸 앞에 펼쳐주기 위해 고민하는 듯 했다. -p.25 3. 옛말에 이청득심이라 했다.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p. 25 4. 새해 첫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산으로 모였다. 상인들도 무수히 몰려들었다. 한 상인이 한 쌍의 커플에게 말을 걸었다. "담요 사세요. 따뜻해요." 연인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상인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담요 끝단을 잡고 펄럭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쌉니다. 정말 싸요. 최고급 원단입니다." 하지만 커플에게 담요의 재질과 가격은 그리 중요한 정보가 아닌 듯했다. 이때 다른 상인이 다가와 가볍게 한마디 건넸다. "둘이 잘 어울려요.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요. 참 그런데 둘이 사귄 지는 얼마나 됐어요?" "이제 100일 째랍니다. 기념도 할 겸해서 오늘 해돋이 보러왔어요." "깨소금이 쏟아질 때네요. 아무튼, 정상에 오르면 기온이 뚝 떨어져요. 여자 친구가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요." 그러자 남자가 전광석화의 속도로 지갑을 꺼내 들며 말했다. "이런, 담요 하나 챙겨서 올라가야겠네요. 얼마죠?" 상인은 단순히 물건을 팔려고 애쓴 게 아니다. 고객이 사도록 만든 셈이다. -p.52 5. "교수님, 대한민국의 남북 당국자가 만나 협상을 할 때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국내 언론사 기자가 세계적 협상 전문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물었다. "글쎄요. 협상 실무자들이 점심을 자주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의도를 어림짐작하고 납득할 만한 제안을 건네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얘기를 먼저 주고 받는 게 도움이 됩니다." -p.67 6. 김지하 시인은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갈라 먹는 것,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p.74 7. 일부 언어학자는 성인의 최대 집중력이 18분이라고 주장한다. "설교가 20분을 넘으면 죄인도 구원받기를 포기한다." - 마크트웨인 - p.92 8. '근자열 원자래' - 공자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모여들게 마련" -p.101 9. 청나라 말 사상가 이종오는 동명의 책(후흑학)에서 '난세를 평정한 영웅호걸의 특징은 후(厚)와 흑(黑)으로 집약된다'고 했다. 여기서 '후'는 얼굴이 남보다 두터워 감정을 쉽게 들키지 않음을 뜻한다. '흑'은 글자 그대로 검은 것이다. 그냥 검은 게 아니라 타인이 마음을 간파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새까맣다는 의미다. '무디고 둔감한 감정이 지닌 힘' 혹은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면서 큰일을 도모할 수 있는 역량'으로 풀이한다. -p.107 10.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인지 모른다. 슬픈 일이다. 남을 칭찬할 줄 모르면서 칭찬만 받으려 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면서 존중만 받으려 하고 남을 사랑할 줄 모르면서 사랑만 받으려 하는 건, 얼마나 애처로운 일인가. -p.123 11. 일본의 심리학자 시부야 쇼조에 따르면, 타인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사람은 칭찬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상대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상대방을 뒷담화로 내리찍어 자기 수준으로 격하시켜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p.127 12.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처럼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갖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말은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를 뜯어보면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p.138 13. 공자는 <논어>의 <위령공> 편을 통해 '사달이이의'라고 강조했다. "말과 문장은 뜻을 전달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무작정 현란하게 말하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말 속에 담아야 할 본질적인 내용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p.151 14. 몇 해 전 방송인 강호동 씨는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웃기는 사람이 되어야지, 우스운 사람이 돼선 안 된다."며 자신만의 유머 철학을 밝혔다. -p.173 15. 일찍이 공자는 '군자주이불비 소인비이부주'라고 강조한 바있다. "군자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도 무리를 짓지 아니하고, 소인은 무리를 지어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다. -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