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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신뢰 - 랄프 왈도 에머슨

published
2021/10/03
pinned
subtitle
제 갈 길 가자
장르
에세이
교양
author
랄프 왈도 에머슨
출처: 알라딘

군중 속에서도 온화한 위대한 사람

세상에 살면서 세상의 의견을 좇아 생활하는 것은 쉽다. 혼자 있으면서 자신의 의견에 따라 살아가는 것도 쉽다. 하지만 위대한 사람은 시끄러운 군중 속에서도 온화한 태도로 혼자 있을 때와 같은 독립성을 유지한다.
실존주의자 장 폴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라고 비유했다. 실존주의는 삶에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 때문에 타인에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지옥이라고 칭한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랄프 왈도 에머슨도 군중 속에서도 혼자 있을 때와 같은 독립성을 유지하는 사람을 '위대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는지 모른다.
에머슨이 말하는 위대한 사람처럼 독립성을 유지하려면 자신을 신뢰해야 한다. 그래야 옆에서 누가 하는 말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신뢰하는 것은 말이나 의지만 가지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오늘부터 나를 믿어야지'라고 생각한다고 하루 아침에 자기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평소에 신뢰하지 않던 사람을 '나는 오늘부터 저 사람을 신뢰할거야'라고 한다고 해서 바로 신뢰가 생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인격의 힘은 차곡차곡 쌓인다. 영웅들이 갖춘 위엄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과거의 위대한 날들과 승리에 대한 의식 때문이다. 힘은 활동을 멈추고 휴식하는 순간에 소멸한다. 힘은 새로운 상태로 옮겨지는 순간, 심연을 뛰어넘는 순간,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속에 존재한다.
신뢰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 근거는 여태껏 자신이 성취하고 싶은 목표를 위해 해왔던 노력의 과정으로부터 나온다. 과거에 내가 해왔던 행동들을 바탕으로 나를 평가하고 그 평가에 따라 자기 신뢰의 척도가 결정된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닌 내가 결정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이루었을 때 차곡차곡 신뢰가 쌓인다.
대학교 4학년 때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광고홍보 전공이었던 나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때 나는 솔직히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관련된 활동을 해본 적도 없고 전공 지식도 없는데 바로 취직을 할 수 있을까? 나에게 없는 확신을 주변에서 얻으려고 해봤지만 주변에서는 내가 원했던 대답을 주지 않고 모두 반대했다.
하지 말라니까 오기가 생겼다(약간 청개구리인 편이다). 괜히 물어봤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부터는 아무에게도 의견을 구하지 않고 묵묵히 개발자로서 취업을 준비했고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이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마케팅을 계속 했다면 아무리 그 분야에서 성공했어도 만족스럽지 못했을 것이다.
자존감과 자기 신뢰는 고정적이지 않다. 어떤 때는 한없이 낮아지고 어떤 때는 한없이 높아지기도 한다. 나도 자존감과 자기 신뢰가 심하게 왔다갔다 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에 대한 확신이 사라질 때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노력해왔던 기억들이 나를 다시 끌어올려준다.
만약 그런 경험이 없다, 나는 항상 부모님과 친구들의 의견에 끌려다니며 살아왔다 해도 상관 없다.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해서 만족감에 안주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지 않다. 언제나 중요한 건 지금이고 내가 모자라다면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바로 그런 사람이 되어라. 어떤 경우에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으려 노력한다면, 항상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신에게나 인간에게나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스스로 돕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모든 문이 활짝 열려있고 모두가 반갑게 인사하고 모든 영광이 돌아가고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탐내듯 그의 뒤를 좇는다.

19세기 초절주의와 자기신뢰

19세기 초반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은 몸은 독립했지만 정신은 부모님에게 종속된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초절주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18세기 유럽과 영국으로부터 지배 당했을 당시의 관습과 사상을 거부한다. 이런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주체성이 담긴 자기 신뢰는 당시 미국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미국의 초절주의 사상을 보며 조선 시대의 불평등한 신분제, 토지제를 반대하며 평등과 자주정신을 강조하던 동학농민운동 사상이 떠올랐다.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모두가 평등하고 자주적인 세상을 꿈꾼다. 그래서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라는 책이 아직도 이렇게 주목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아주 짧은 책이고 이래라 저래라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닌 에머슨의 에세이고 생각의 창고이다. 최근에 책쓰기와 관련된 영상이나 책을 보면서 '책쓰기'는 비즈니스고 고객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들려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머슨이 이 책에서 '순응하지 말고 자기 안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라'고 쓴 것처럼 이 책은 에머슨 자신이 쓰고 싶어하는 말을 쏟아낸 책이다. 그래서인지 책 자체도 남의 시선이나 결과 따위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게 느껴진다.
에머슨은 19세기 초절주의 운동을 이끌어 사상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초절주의는 19세기 미국이라는 특수한 조건 아래 탄생한 역사적 산물이다. 미국은 이 시기에 정치적 독립은 달성했지만, 여전히 영국을 비롯한 유럽제국에 정신적으로 종속된 상태였다. 여기서 신생 미국의 문화적 독립과 새로운 사상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 나타난 것이 초절주의이다. - 출처: 알라딘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