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스페인 소도시 여행 - 박정은

발행일
2019/04/24
Tags
에세이
스페인은 오랜 세월 무어인의 지배를 받았다. 무어인은 북아프리카에 살던 사람들로 아라비아인, 베르베르인, 흑인의 피가 섞인 이슬람교도를 말한다. 무어인들은 711년 서고트 왕국이 지배하던 이베리아 반도를 침략했고, 50년 뒤에는 지금의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 일부 지역까지 차지했다. 터전을 잃은 가톨릭교도들의 레콘키스타(국토회복운동)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 p. 129 그러나 콜럼버스는 안타깝게도 그뿐이었다. 왜냐하면 진정한 영웅이란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좋은 일에 쓰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의 어록에는 이런 말이 있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 즉 옳고 그름의 저울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 곧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두 가지 큰 저울에서 네 가지 큰 등급이 생겨난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이 으뜸이다.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얻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 p.220 러시아의 소설가 투르게네프(1818~1883)는 인간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처럼 고민하는 우유부단한 햄릿형, 다른 하나는 다소 무모할지라도 자신의 이상을 향해 가열차게 돌진하는 돈키호테형이다. 누가 봐도 질 싸움에 도전하는 부류의 사람은 과연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아니, 지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또 얼마나 나설 수 있을까? 돈 키호테는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다. 20세기 가장 완벽한 인간으로 추앙받는 체 게바라. 그는 어쩌면 현실 속의 돈 키호테가 아닐까? 그는 피델 카스트로와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뒤,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갈 수 있었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자신의 이상을 위해 또 다시 혁명의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볼리비아의 산악지대에서 게릴라로 활동하다 39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비록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체 게바라는 전 세계인의 이상이 되어 지금까지 넘치는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17세기, 사람들의 웃음거리였던 돈 키호테. 그러나 지금 돈 키호테는 불가능에 맞서 도전하는 사람, 비록 질게 뻔한 싸움일지라도 자신의 신념을 따르며 용기를 내는 그런 인물을 대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키호테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지만, 세상은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에 의해 오늘도 진보한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 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나의 저 별을 향하여" - 뮤지컬<돈 키호테> 중에서 - p. 288

느낀 점

예전에 스페인 갔던 것도 생각나고, 1학년 땐가 스페인어 배웠던 것도 생각나고..
요즘 여행이 가고 싶어서 여행 관련 책 하나를 끌리는 대로 하나 골랐다.
원래 여행 에세이 책은 지루해서 잘 안보는데, 예전에 갔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를 생각하며 작가와 함께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꼈다. 그만큼 자신이 본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나는 내가 여행할 당시에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겠노라 이 생각만 하고 무작정 돌아다녔지, 정작 스페인에 관련해서 배운 것은 없었다. 그런데 작가가 자신이 갔다온 곳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같이 알려주니 공부도 되고, 스페인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다.
지금 여기는 비가 온다. 최근에 너무 추워서 수족냉증으로 고생했다. 그래서 무조건 따뜻한 도시로 가서 살고 싶다. 스페인. 이탈리아는 너무 더웠고. 스페인이 적당했다. 거기서의 기억도 나쁘지 않았고. 어디로 떠나고 싶다. 따뜻한 곳. 너무 따뜻해서 녹아버릴 것 같은 곳으로. 한국은 춥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자유롭고 싶다. 돈 키호테처럼 무작정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좋을 텐데.
책으로 카타르시스만 느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내눈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면 좋을 텐데.
외국으로 가서 정착한다면 등나무와 라일락으로 마당을 예쁘게 꾸미고 싶다.
그리고 선베드에 누워서 음악 틀어놓고 햇살 아래서 여유롭게 책을 읽고 싶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애초에 나는 그런 삶을 원할까?
치열한 삶을 원하면서도, 한가로운 삶도 원하고…
아니 둘 다 원하고… 역시 욕심이 많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