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읽었던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다. 어른의 시각으로 다시 보니 그 때와는 달리 가슴 뭉클해지는 감정을 느꼈다.보이지 않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 길들여지는 순간, 서로는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가 생긴다는 것. 어른이 되서는 너무나 쉽게 잊고 사는 것 같다. 어린왕자가 여우와 친구가 되고 '길들임'의 의미를 깨달았을 때, 꽃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희는 나의 꽃과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는 아무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도 길들지 않았으니까. 너희는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와 같아.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도 수많은 여우와 같았어. 하지만 이제 나의 친구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지.
어린왕자의 별에 있는 꽃은 지구에는 흔하디 흔한 꽃이지만,그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김춘수 시인이 쓴 ‘꽃’이 생각났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서로에게 무엇이 되고 싶다'는 건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친구가 된 것처럼
그저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닌,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고 싶다는 뜻인 것 같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나에게로 다가오는 순간, 나를 길들이는 순간,
그 사람은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사람이 된다.
인턴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다. 내가 만약 인턴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는 채로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는 건, 분명 인연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6개월 동안 나는 팀원분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게될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린왕자와 사막여우처럼,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좋은 의미를 가진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