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알라딘
책을 쓰겠다고 다짐만 하던 내가 드디어 책을 내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고 언젠가는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부터 새해 목표는 늘 ‘책 출간'이었을 정도로 어떻게든 책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주제로 글을 써야할 지도 모르겠고 내가 과연 책을 쓸 수 있을지, 사람들이 과연 내 책을 읽어줄 지 자신이 없었다. 상업적 책쓰기를 위해 이런저런 책도 읽어봤지만 실행에 옮길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러다 내 카카오뷰 피드에 뜬 ‘책 쓰기 프로젝트’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6주 만에 작가의 꿈을 이루세요!’, ‘100% 책 출간 보장', ‘현직 작가의 1:1 피드백' …
솔직히 6주 만에 좋은 책을 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내고 싶었던 나는 무작정 프로젝트를 신청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은 이렇다.
주 1회, 총 6번 글쓰기 강의를 듣고 수업이 끝나면 내가 쓸 주제의 글을 조금씩 써와야 한다. 수업을 듣고 바로 글을 써서 적용해 보고, 수강생들끼리 서로의 글을 읽고 피드백 한다. 후반 3주 동안은 작가님이 책에 낼 글을 1:1 피드백을 해주신다. 그렇게 두 달의 과정을 거쳐 10명의 습작생들이 쓴 책이 나온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책을 읽기 전까지 이 프로젝트를 한 것을 후회했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것도 아닌데 과연 읽어줄 사람이 있을까. 그저 ‘책 출간'이라는 목표 때문에 의미 없는 책을 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움 없이 출간했기 때문에 출간 소식에도 별로 감흥이 없었고 책을 받고 나서도 읽지 않았다.
최근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었는데, 그 계기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이 책은 10명의 사람들이 쓴 소설, 에세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만 듣고 헤어지던 사람들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뒤풀이 같은 것도 없어서 서로 알아갈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책을 통해 각자의 인생에서 거친 서사와 굴곡을 알게 되었다. 자기 자신을 미워했다가 사랑하게 된 이야기에 울고 웃기도 하고, 스무살의 이야기에 공감가는 부분을 밑줄 쳐보기도 했다. 또, 어떤 소설은 에세이라고 착각했을 정도로 생생하기도 했다.
우리의 글은 특별하지 않아서 더 공감이 가고 와닿는다. 나는 보통 에세이를 그 사람의 생각과 경험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고 읽는다. 하지만 우리의 책은 소통하는 느낌이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공감이 된다. 얼굴을 직접 봤던 사람들이라 그런 지는 몰라도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그 사람들과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책을 읽고 나서 당시 대화도 제대로 못했던 게 아쉬웠다. 오랜만에 연락해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 2022.8.6 닭갈비 집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전에는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마스크 벗은 모습도 처음 봄)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우리는 직업도, 나이도 전부 다 다르지만 글쓰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독서 + 글쓰기 모임을 통해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ㅎㅎ
용산역 오근내 닭갈비(연예인 + 맛있는 녀석들도 다녀간 맛집. 2시간 제한이 있는데 닭갈비를 거의 40분 동안 볶은 건 함정 ㅋ)
근처에 있던 카페인데 커피가 너무 맛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쓴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라 늘 결과에 집착했다. 항상 결과가 좋기를 바라는 태도는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 같다. 늘 잘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책을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물론 돈 있어야 함), 에세이를 쓰면서 내 경험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비전공자라 ‘어쩌다 개발자가 되신 거예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매번 설명하기 번거로우니 이제 이 책을 추천하면 된다(물론 돈 주고 사야 함).
또, ‘글쓰기'라는 주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9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좋은 인연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