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것이란 말을 심심찮게 봤다. 작년만 해도 우스갯소리로 넘겼지만, AI가 발전하는 속도도 빠르고 나조차 AI에게 점차 의존하게 되면서 개발자가 AI에 의해 대체되는 일이 불가피하게 여겨졌다. MAFAA같은 굵직굵직한 IT 대기업들은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군은 뽑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개발자 공고도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은 것만 봐도 앞으로의 미래가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듯하다.
이런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인 나는 어떻게 커리어 방향을 정할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아직 프론트엔드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웹 퍼블리셔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것처럼 일반적인 프론트엔드 개발자에 대한 수요도 사라질 것이다. 이미 프론트엔드를 포함해 개발자 신입에 대한 수요가 거의 사막처럼 메마르다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평범한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는 것이 아닌 좀 더 미래의 시장에 맞는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관심 있으면서 미래에 수요가 많을 것 같은 시장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을 때, ‘메타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3D 모델링에 관심이 많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개발도 좋아한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코드 조각들이 맥락을 가지고 덩어리가 되면 서비스가 된다. 3D 모델링도 vertex들이 모이고 모여 현실과 비슷한 세계, 사물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나는 3D 모델링과 개발을 좋아한다. 이것들을 합쳐놓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것, 즉 ‘메타버스’ 분야로 귀결된다.
물론 웹으로는 가상현실에 몰입하기엔 한계가 있다. 최근에 MVEX라는 코엑스에서 열리는 메타버스 전시회를 다녀왔다. 거기서 루프탑 스튜디오의 아바타 커스텀 및 리얼타임 미디어아트를 직접 체험해보면서 이런 걸 threejs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여쭤 보니 언리얼엔진으로 구현하여 웹으로 포팅한 것이었다. 내 전문 분야가 웹에 한정되어있다보니 기술적으로도 사고에 제한이 있었는데 전시회를 통해 다른 기술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내 전문 분야는 웹이지만 XR로 커리어를 정하기 위해서는 유니티, 언리얼엔진 등의 게임엔진, 그리고 컴퓨터 비전, 생성형 AI 등 내 스킬 트리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성능 최적화 경험이 있는, 테스트 자동화 환경을 구축해본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아직 가치가 있지만, 점점 일반적인 서비스 개발 쪽에서는 AI가 그 능력 또한 대체할 것이다. 그럼 어떤 것이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볼 때, 예술의 영역과 달리 개발은 창의적으로 생성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생존 전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예술은 기존의 것을 학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지만, 개발이라는 것은 공식문서와 인터넷에 떠도는 블로그와 저장소 코드들을 학습하여 지식을 제공한다. 즉, 기존에 생성된 것을 재취합하여 빠르게 기존 지식에 접근하고 그것을 습득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3D 관련 포트폴리오를 개발할 때 느꼈던 것인데, 아직 이 분야에서는 LLM이 예전 버전의 코드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으로 보아 데이터 량이 적은 분야에서는 아직 엔지니어가 AI를 리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전제로 봤을 때 기존에 너무 많은 코드들이 존재하는 일반적인 웹 서비스 분야는 AI에게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 react, typescript, nextjs 등 사용하는 기술 스택이 뻔하고 이와 관련한 방대한 커뮤니티, 저장소 코드, 블로그 글 등의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로봇이나 메타버스같이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산업 분야는 아직도 일반적인 웹 서비스 만큼이나 다양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생각해 보면… AI를 참고하는 사람이 아닌 ‘AI가’ 참고하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많은 데이터가 없는 새로운 특정 분야에서 AI가 참고하여 코드를 제공하는 그런 기술자가 된다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재 아닌가.
나의 편협한 시각과 AI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어떻게든 노동자로서 오래 살아남고 싶다는 소망 때문에 너무나 희망적으로 내 생각을 바라본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주절주절 얘기했지만 나는 3D 분야가 좋으니 메타버스를 할 거야라고 쉽게 압축할 수 있다. 즉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얘기를 이렇게 길게 얘기했다. 하지만 AI에게 자신의 미래와 생각, 결정을 쉽게 의탁하는 세상에서 자신이 스스로 내린 결정과 그런 결정을 내린 과정을 이렇게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