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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청춘 독설

published
202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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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title
다시, 철학이 필요한 순간
장르
교양
author
쇼펜하우어
"다시, 철학이 필요한 순간"
현재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IMF 때와 맞먹을 정도로 경기가 안 좋습니다. 코로나 19가 끝나도 나중에는 인공지능이 우리를 대체하고 일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먹을 것도 풍족하지만 우리가 미래에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이 듭니다.
이런 때야 말로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해줍니다. 혹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스스로 생각하게끔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철학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한다고 해서 현실의 배고픔이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철학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는 것은 우리가 인생의 중심을 목적이 아닌 수단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배부르고 풍족하게 살 수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행복할까요?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우리는 돈을 법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부자가 행복할까요? 영화배우 짐 캐리가 말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되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그게 정답이 아니란 걸 알게 될 테니까'라고요. 돈이 주는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만약 돈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금수저였던 쇼펜하우어가 인생을 고통이라고 할 이유도 없고, 철학을 할 이유도 없었겠죠.
"쇼펜하우어의 철학"
source: wiki
쇼펜하우어는 17세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막대한 유산을 상속 받은 그의 어머니는 사교계를 누볐습니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로 유명해진 쇼펜하우어는 인생의 역작을 남겼지만 그의 책은 인기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사이비라 비난했던 헤겔의 바로 옆 강의실에서 강의를 했지만 늘 가득차 있던 헤겔의 강의실과는 달리 그의 강의실은 5명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행복하려 애쓸수록 그는 고통스러웠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인생이 '살고자 하는 의지'로 점철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행복하려 애를 쓰는 것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생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자 하고, 무엇인가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살지만 인생은 항상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인생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쇼펜하우어가 묘사하는 세상을 보면 희망이란 없는 것 같지만, 우리는 고통의 그림자에서 행복을 볼 수 있습니다. 행복하기만 한 인생이 정말 행복할까요? 단테의 신곡에 묘사되는 천국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천국이 인간의 무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행복하기만 한 곳에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고통을 느껴봤기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통이 없는 곳은 처음에만 행복할 뿐 나중에는 권태만 남게 됩니다. 그는 비관에 대한 비관을 통해 고통이 우리 삶에서 가지는 의미를 뒤집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의 인생이 고통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는 성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성실'은 동물들로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자는 눈을 뜨면 사슴을 좇고, 사슴은 눈을 뜨면 사자로부터 달아납니다. 동물들은 야생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로 매일 몸을 움직입니다.
새가 집을 지으면 폭우가 쓸어가듯이 인생을 살다보면 때로는 고통이 찾아옵니다. 우리는 쇼펜하우어로부터 인생이 행복으로만 이루어져있지 않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어쩌면 고통스러운 날들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 때문입니다. 달이 슬퍼 보이고 나무가 외로워 보이는 것은 마음이 드러난 '표상'입니다. 집이 사라져도 다시 나뭇가지를 줍는 새처럼, 세상이 괴롭게 해도 우리는 살고자 하는 의지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흐르는 물 위에서도 홀로 굳건히 서있는 낙우송이 되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정보가 흘러넘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 사회에서야말로 자신의 힘으로 자존(自存)해야 합니다. 타인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여 얻은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고통이 오면 쇼펜하우어처럼 괴로워하면서도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갖춰야 할 삶의 자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