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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봉사일지#3] 유기견 봉사활동

subTitle
경기도 파주시 ‘유사천’
Created
2022/10/02
pin
props
봉사활동
일지
오전 8시 30분, 경기도 파주시 유기견 보호소 ‘유사천’에서 모였다.
거의 시골에 있다보니 대중교통이 불편했는데 다행히 픽업해주신 분이 계셔서 차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전날 4시간 밖에 잠을 못자서 조수석에 앉아서 안졸려고 노력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초면인 사람들의 어색한 침묵도.. ㅠ
조담이. 그리고 케이지 안에 있는 흰둥이(이름은 모름. 얘는 겁이 많다)..
처음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는 거라 가기 전부터 내내 걱정이 되었다. 그전에 복지관에서 하는 봉사활동은 난이도가 낮았는데 이번 봉사활동은 힘들 것 같았다(일찍 일어나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이미 힘듦).
그런데 도착하고 나서 보호소에서 키우는 골든 리트리버 ‘조담이’를 보니 ‘귀엽다’는 생각부터 들어서 걱정은 일단 접어두게 되었다.
보호소 안으로 들어가니 갱얼쥐 특유의 털 냄새가 심하게 났다. 냄새는 심했지만 보호소에서 잘 관리하는지 강아지들 상태는 내 생각보다 아주 좋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강아지들 털도 깔끔하고 진드기가 붙어있다거나 아파보이는 그런 강아지는 없었다(하지만 혹시 모르니 방진복 + 장갑 + 장화는 필수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첫 인상은 유기견들이 엄청 짖었다는 것. 경계심이 엄청 심하다. 그러면서도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면 막상 구석으로 몰려 숨는다. 청소를 위해서 강아지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었는데 간혹 어떤 강아지들은 학대를 심하게 받았는지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몸을 심하게 바들바들 떨었다. 이 강아지에게 어떤 안좋은 기억이 있었길래 이렇게 사람을 무서워할까 생각하니 너무 불쌍했다.
청소는 목초액 + 물을 희석하고 솔질해서 소독한다. 강아지들 털에 물이 묻으면 안되니 걸레로 물을 최대한 닦아낸다.
사료 그릇이랑 물 그릇도 설거지하고, 창고에 있던 견용 물품들도 꺼내 다시 채워두었다. 나도 몇 장 찍혔는데 머리가 개들보다도 더 개털이라 못 올리겠음 ㅠ
봉사 후 마지막 사진
봉사가 끝난 후 보호소 소장님이 우리들을 모아놓고 번식장에 봉사활동 하러 갈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번식장 봉사활동도 가보라고 하셨는데 여기도 힘들어서 엄두가 안났다. 하지만 번식장에 다녀오면 유기견들과 펫샵에 대한 시선들이 달라질 거라고 말씀하셨다.
소장님 말씀으로는 펫샵에서 분양과 애견용품 구매가 동시에 가능한 곳(보통 칸막이 유리에 가둬진 애들)에서 분양 받는 아이들은 번식장에서 길러진 애들이 태반이라고 한다.
번식장 위생과 관리 상태가 얼마나 안좋냐면 강아지들이 분뇨 위에서 생활하고 강아지들 사체가 그곳에 쌓이고 사체는 또 다시 분뇨로 덮인다. 강아지가 유선종양에 걸리면 젖이 늘어지는데, 유선종양에 걸린 어미견들이 분뇨에 젖꼭지가 쓸려 세균에 감염되면 결국 죽는다. 새끼 강아지들은 어떻게든 살려고 사후경직된 어미의 젖을 빨려고 한다고 한다.
전국에 약 4,000 개의 펫샵이 있다고 하고 이런 번식장에서 길러진 애들이 펫샵으로 온다고 한다. 부도덕한 번식장이 줄어들려면 이곳에서 분양받는 걸 지양해야한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거니까..
서해안칼국수, 경기 고양시
마지막에 해물 파전에 해물 전골 칼국수를 먹었다. 고생하고 먹는 밥이라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밥 먹으면서 봉사활동 단체장님이 언제 또 올거냐고 하셨는데 다음에는 집수리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
좋은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는 게 봉사활동의 장점인 것 같다. 도배, 장판이 재밌다던데 ㅋㅋ 궁금하다.
처음 뵀을 때는 다 초면이고 어색했는데 봉사활동을 한번 같이 하고 나니 그새 뭔가 편안해진 느낌이 들었다. 다들 좋은 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경계심 같은 것도 없고. 집에 돌아갈 때는 조수석이 뭔가 편안했다. 그래서 그런지 운전자 분께는 죄송하지만.. 진짜 안자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깜빡 잠이 들었다. 진짜 침흘리면서 잠 ㅋㅋ 마스크 쓰고 있어서 안보인 게 너무 다행이다 헤헤.
추가로 느낀 점
대체로 애들이 경계심이 많아서 많이 짖는데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물지는 않는다. 오히려 안에 들어가면 자기들이 무서워서 구석에 몰려 숨는다 ㅠ
서울에 왜 보호소가 없는지 알 것 같다. 소음, 냄새가 심하고 많은 개체를 수용할 공간이 필요한데 서울은 마뜩찮음..
요즘 외로워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는데 다녀오고 나서 생명을 기르는 데 얼마나 큰 책임이 드는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특히 바들바들 떨던 강아지들을 생각하면 그냥 그 인간을 대신해서 강아지에게 너무 미안했다. 진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쏙 들어간다. 너무 미안하고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