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대런 애쓰모글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조선버전이다.
저자는 조선의 흥망성쇠의 원인을 제도에서 찾았다. 크게 정치적으로는 관료제도, 경제적으로는 조세제도, 사회적으로는 신분제도를 통해 조선의 몰락 원인을 규명하고 세부적으로 여러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크게 정치, 경제, 사회로 나눠서 설명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조선의 나쁜점만 부각하여 편파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와닿는 점이 많았다. 저자는 조선의 제도를 구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하면서도, 그 시대에서 발전적인 시각을 가졌던 인물들과 그러한 제도에 대해서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에 대해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이 책만 보고 판단하면 조선의 역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이 책을 읽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은, 이 책은 조선의 역사에 대해 '현재의 시점에서 평가'한 것이지, E.H.카가 역사를 정의한 것처럼 과거와의 대화를 한 것은 아니다.
현재의 우리 사회모습을 미래의 우리가 보면 후진적이고 이해가 안되는 제도들이 있을 수 있다. 미래에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한들 현재의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 속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조선이 멸망한 데에는 이 책에 적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사실들로 인해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까지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이 책은 과거 조선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제도에 관해 발전된 점이라든지, 개선해야 될 점을 찾을 수 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로부터 무언가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나는 '제도'보다는 '지배층'과 그들이 갖고있는 '의식, 문화'가 조선의 몰락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합리적인 제도와 구체적인 조목이 만들어지지 않아 혼란이 많았다고 말한다. 이 말도 맞는 말이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우리나라에서 근대 역사를 제외한, 이전의 군주제 역사에서는 항상 지배층의 특성에 따라 그 사회가 좌지우지되었다.
신채호가 '조선력사 일천년래 제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한 묘청의 서경천도운동이 만약 성공했다면, 호연지기와 부국강병의 사상으로 인해 나라가 더 성장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부식에 의해 저지되면서 그런 계파의 싹은 뿌리 뽑히고, 오직 성리학만을 절대적 이념으로 생각하는 관료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들은 나라를 오랫동안 유지시키고,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몸소 소박한 삶과 절약을 실천했으나 제도적으로 착취당하는 백성들의 고통에 비하면 견줄 바가 못되었다.
나는 만약 이 조선의 관료들이 성리학에 대해 좀 더 융통성 있게 접근했다면, 실용적으로 접근했다면 조선이라는 나라가 더 오래 존속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렴 이미 과거의 일이지만 일제의 식민지 하에서 사라져버린 우리나라의 문화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