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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관련된 곽정은 작가의 세바시 강연을 보았다.
“지금부터 눈을 감고 1분 동안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 볼 수 있나요?”
이 말을 듣고 나는 순간 짜증이 났다.
‘그거 뭐 어떻게 하는 건데.’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말로만 존재했지,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왔던 적을 생각하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던 적은 있지만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데는 조건이 붙었다.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달성하고, 성과를 이루고, 남들에게 사랑 받고.
반대로 조건이 채워지지 않으면 나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거나 미워하기도 했다.
늘 행동 자체가 아닌 성과만을 바라봐 온 나에게 지난 몇 년의 시간은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
내 목표는 너무나 높이 있는데 내가 열심히 노력해도 원하는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내가 바라는 이상향과 내 현실의 격차를 느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원망했던 것 같다.
그 당시 썼던 일기를 보면 좌절과 슬픔이 많이 느껴졌다.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내가 나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구나’였다.
매일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운동도 하지 않고, 책도 읽지 않았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주변을 소란스럽게 만들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했다.
고요함과 적막 속에 혼자 남겨졌을 때, 나 자신을 대면하는 것이 불편했던 것 같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찾아봤다.
그 중 하나가 곽정은 작가의 세바시 강연이었고, 강연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의 말대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을 아주 잠깐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호흡하며 아래의 문구를 떠올린다.
내가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내가 정신적 고통이 없기를
내가 육체적 고통이 없기를
내가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당신이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당신이 정신적 고통이 없기를
당신이 육체적 고통이 없기를
당신이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나와 타인의 행복을 비는 자애 명상의 문구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듯, 다른 사람도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행복 역시도 존중해주어야 한다.
남의 행복을 빌 수 있는 마음은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실연과 파산은 슬픈 일이지만 두려운 일은 아니다.
당신은 여전히 살아 있고 당신의 육체와 영혼은 건재하다.
생각해보라. 애인이 떠나거나 재산이 사라졌다면
애초 그건 당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원래 당신 것이 아니었으므로 잃어도 상관 없다.
중요한 건 멈추어 서서 가만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정말로 당신 것이었으면 떠나지도 않고
잃어버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서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는 건
바로 당신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면
세상의 득실에 연연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 법화경 마음공부
수행자는 괴로운 것은 버리고, 즐거운 것은 취하는 태도가 아니라 괴롭든지 즐겁든지 모두 나의 것이 아니라는 객관적 입장에서 현상들과 함께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빠자나띠’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로 가는 길이다. 수행자는 현상으로부터 자아를 분리하여 마치 타인을 보듯이 나의 경험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것을 ‘빠자나띠’라고 부른다.
예전에 아침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던 때가 있었다.
들숨에 행복함이, 날숨에 걱정과 불안이. 명상 영상의 열에 아홉은 그렇다.
이 책에서 명상이란 그저 행복만을 위하고 고통은 무시해버리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고통도 행복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명상이다.
감정을 내 입맛대로 컨트롤 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것이다.
주변을 소란스럽게 하지 않아도
고요함과 적막이 찾아와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
성과가 아닌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매일 성장하는 나를 보며 칭찬해주고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다독이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편, 행동을 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행동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 자신에게 감사함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책에서는 행동 모드와 존재 모드라고 한다.
늘 행동하기만 하면 지치기 쉽다. 명상을 통해 나의 존재를 느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셔서 명상을 자주할 것 같지 않지만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가끔씩 해봐야겠다.
나는 나를 위해 다시 하루 계획을 짜는 것을 시작했고, 내 건강을 위해 배달 음식을 끊었고(지갑 사정을 위해서도…), 운동도 하고 있다. 그리고 일기도 다시 쓰고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마음이 평온하다.
이직을 하면 라이프스타일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어떤 환경에서라도 이제 다시는 나를 포기하거나 방치하고 싶지 않다. 살다보면 또 그런 순간이 올 수 있겠지만 최대한 노력해야지.